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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이거지!!
초등 아빠표 공부] 초3 아들, 학원 말고 아빠랑 국어 수학 공부. 어느덧 1년 반. 본문

아빠표 공부
아이가 조금 자라 개인 시간이 생겨, 소소한 쇼핑이나 리뷰 글을 써볼까 하고 블로그를 열었다.
하지만 가만히 옆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오래 남겨 두고 보고 싶은 '보물덩어리'가 있었다.
초2 초반부터 시작해, 돌아보니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다.
산수책 7권, 국어책 4권 시작이 반이라는데 어째저째 시작은 한거 같다.
글을 쓰려 돌이켜보니 바보같은 시도도 많이 했고, 발전도 많이 했다.
지나갔던 일들은 다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남겨봐야겠다.
나도 처음엔 교재 고르기도 어려웠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아이도 가끔 아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작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때 그럭저럭 공부머리가 있던 편이었다. ㅋ
그래서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산수 정도는 내가 직접 봐줄 수 있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어차피 초등 수학이야 따로 복습/예습을 엄청나게 하지 않아도 바로 알려줄 수 있으니까.
나는 전형적인 '집돌이'라 저녁이나 주말에 외출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을 내기로 했다.
평일 저녁 30분, 주말 1시간. 아들과 공부하는 시간이다.
매일 집착해서 하진 않고, 피곤한 날이나 행사가 있는 날은 적당히 넘어가지만 끊어지지 않게만 하고 있다.
좌충우돌 아들과 아빠의 공부 성장기 시작.
초3 귀요미 아들의 현실 스펙
우리 아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봤다.
- 탐구심: 지극히 보통. 평소 대화를 해보면 무언가를 깊이 궁금해하지 않는다.
- 문해력: 조금 부족. 책 읽는 걸 싫어하고, 수학 문제 지문이 4줄을 넘어가면 읽기도 전에 "어렵다"라며 포기한다.
- 집중력: 산만함. 숙제하다 딴소리하고, 주변 둘러보느라 한 세월이다.
운동에 재능이 있듯 공부도 타고난 재능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니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아들은 '알아서 척척 잘하는 공부 유전자'를 타고나진 않은 것 같다. ㅎㅎ

결국 깨달은 '학원 전기세 셔틀'
시작부터 내가 직접 가르쳐보고 싶었지만, 아내의 요청으로 2학년 때 논리수학 학원에 보냈었다.
커리큘럼을 보니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방향과 비슷해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학원에 가서도 친구랑 잡담할 궁리만 하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대답도 못 하고,
다녀와서 "오늘 뭐 배웠어?" 물어보면 기억조차 못 했다.
결국 아내도 인정했다.
'아, 이 녀석 학원 전기세 셔틀 하러 다니는구나.'
우리 집 형편이 외동아이 학원 하나 못 보낼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남들 다 다니니까, 좋다니까, 조금은 배우겠지' 하며 버리는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주변에 관심이 많아 여럿이 모이면 산만해지고,
경쟁심도 없는 우리 아이에게는 1:1 수업을 해야지 않을까 생각됐다.
산수보다 '국어'가 먼저였다!
원래 시작은 수학(산수)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년 정도 문제를 함께 풀다 보니 큰 장벽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문제를 읽을 줄 모르니 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금만 지문이 길어지면 어려워한다.
연산은 곧잘하는데 읽는걸 못한다.
공부란 결국 이해력, 기억력, 논리력, 인지력, 집중력이라는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국어 공부야말로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훈련하는 기본 뼈대다.
요즘 수학 문제들은 왜 그렇게 말을 길게 늘어놓는지, 국어 실력이 안 되면 수학 문제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어차피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에게 여러 과목을 쑤셔 넣어봤자 튕겨 나갈 게 뻔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국어와 수학, 딱 두 과목만 패기로!"
국어로 기초닦기. 산수로 활용, 검증하기.
아빠표 공부 2년 차, 조금씩 보이는 변화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좀 넘었다.
처음 2학년 때는 큰 압박 없이, 아내가 어디선가 얻아온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2학년 말부터 국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해력 문제집도 시작했다.
3학년 중반에 들어선 지금, 돌이켜보면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나와 아이가 조금씩 같이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가끔 아이가 터무니없이 황당한 답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가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학원처럼 정해진 진도표나 년도별 커리큘럼은 없다.
그때그때 아이의 발달에 맞춰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꼭 하루에 한페이지를 풀지 않아도 된다.
궁금하거나 흥미있는게 나오면 유튜브도 같이 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도 본다.
내가 진짜 가르쳐주고 싶은 건 문제 푸는 기술이 아니라,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사고하는 과정 그 자체'다.
함께 같은 내용을 보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 그 자체가 소중한 배움이라고 믿는다.
사실 아들은 썩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어쩄든 공부시간이니 안하려고 한다. ㅋㅋ
그래도 다른 공부 안해도 되니 이것만 하자며 달래가며 이어가고 있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시작은 그저 '학원 안 보내고 수학 봐주기'였다.
하지만 아이를 가르치다 보니 요즘 뉴스나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요즘 청년들의 문해력 잔혹사'가 남일 같지 않게 겹쳐 보였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쉬운 단어 뜻을 몰라 맥락을 놓치고, 단어 하나에만 집착하는 모습...
딱 지금 우리 아이의 발달 단계 모습이다.
이 상태에서 숏폼과 쇼츠만 보며 자란다면 어떻게 될지 아찔했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거나 의사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야망은 없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예전처럼 무작정 공부하라고 닥달만 해서 될 거 같지도 않다.
그저 자라서 어디 가서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남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시작도 못 해보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가 커가며 아빠보다 또래 친구를 더 찾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공부도 하고 함께 게임도 즐기며 소통의 끈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이 기록들이 훗날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어느 아빠, 엄마들에게 소소한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